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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멸종이 걱정되는 이유

 

마트에 가면 맛있는 바나나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궁금한게 있었습니다. 스미후루 바나나, 필리핀 고산지 바나나, 돌 바나나 모두 집에 가져가서 먹어보면 맛이 다 똑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좀 녹색이 날때의 맛과 푹 익어서 검은점들이 생길 때 맛이 차이가 있을 뿐 시중에 있는 바나나는 모두 맛이 똑같습니다.

사과나 딸기, 귤, 한라봉 같은 과일들은 맛이 각각 다른데 왜 바나나는 모두 맛이 같은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바나나 맛이 같은 이유

바나나 맛이 같은 이유는 바로, 모두 같은 나무에서 열린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바나나는 씨를 심어서 자라는게 아니고 무성색식의 일종인 "영양생식"을 하는데요. 영양생식이란 씨가 아닌 줄기나 바나나 꼭다리등에서 다시 바나나 나무가 자라나는 것으로 바나나의 체세포가 그대로 자라서 다시 크는 것입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아빠와 엄마의 유전자를 반씩 가진 아이가 나오는게 아니라, 엄마의 세포일부를 떼어내서 그 세포로 아기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복제가 계속 되고 있는 것인데요. 이렇게 계속 복제 바나나를 만들면 이상한 모양의 돌연변이가 생기지도 않고 맛은 완전히 똑같은 바나나가 계속 나오는 것입니다.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같은종만 먹고 있는데 이 종은 바로 "캐번디시"라는 종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바나나 맛은 이 캐번디시(Cavendish)라는 종인데요. 이 캐번디시 바나나에는 아주 큰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열대나무 병인 TR4라고 하는 (tropical race, 파나마병)병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인데요. 만약에 이 캐번디시 바나나가 단 한그루라도 이병에 걸리면 그농장에 있는 모든 바나나 나무에 번져서 죽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바나나 종은 여러가지가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당도도 높고 유통기한이 좀 더 길고(검게 변하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이 긴) 껍질도 두꺼워서 잘 상처도 안나기 때문에 운반도 용이한 "그로 미셸"이라는 종이 있었는데요. 문제는 성장기간이 좀 길었습니다. 물론 역시 열대병인 파나마병에도 취약하긴 했지요. 하지만 "그로미셸"이 "캐번디시"로 바뀐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었습니다.

 

자본주의의 속성에 의해 선택된 캐번디시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바나나는 무게로 1억5천만톤이 넘으며 전세계적으로 수출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필리핀에서 생산한 바나나가 수입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예전에는 그로미셸이었고 지금은 캐번디시입니다.

 

그로미셸은 당도도 좋고 운반도 용이해서 전세계로 팔려나갔지만 수확하는데까지의 시간이 "캐번디시"보다 오래걸렸습니다. 사실 그로미셸이 전세계에 팔리고 있을 때 "캐번디시"는 동물 사료용으로 키워졌었습니다. 그런데 거대 바나나 유통회사들이 빨리빨리 수확을 할 수 있는 "캐번디시"를 선호하게 되었고, 그 당시에 "그로미셸"은 병충해에 약해서 멸종되었다고 소문이 났었습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대였고, 지금같으면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여기 그로미셸이 버젓이 살아있어요"라고 트윗이 되고, 리트윗되고 했을 테지만 그당시에는 정보의 폐쇄성이 있어서 그로미셸은 멸종된 걸로 아는 사람들이 많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로미셸은 재배가 되고 있고요. 

 

바나나 유통의 역사

19세기에 미국은 중남미를 바나나 생산 거점으로 하여 현지인들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거대한 과일회사를 키웠습니다. 현재는 치키타(Chiquita)라는 이름으로 바뀐 미국 회사 '유나이티드프루트컴퍼니(UFC)'였는데요. 바나나에 브랜드를 만들어 붙이는 것도 이 회사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UFC는 이름처럼 무섭게(?) 미국의 힘을 등에 업고 중남미의 독재권력을 지원하면서 현지 노동자들을 가혹하게 착취했습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과테말라 대통령을 쿠데타를 일으키도록 사주해 결국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오게 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에 나온 학살사건은 1929년 실제로 일어났던 콜롬비아 바나나 대학살 사건을 토대로 했다고 하는데요. 이 사건의 배경에도 UFC가 있습니다.

UFC와 이름이 같은건 우연이겠죠

치키타(Chiquita)가 19세기 후반 중남미 바나나를 토대로 성장한 기업이라면 돌(Dole)은 19세기 중반부터 하와이산 파인애플을 바탕으로 성장했습니다. 반면 델몬트(Del Monte)는 1886년 캘리포니아에서 과일 통조림에서 출발한 회사입니다. 세 회사 모두 한 가지 과일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바나나·파인애플·오렌지 등 다양한 종류의 과일을 다루고 있으므로 치키타, 돌, 델몬트는 글로벌 과일 시장의 3대 메이저라고 알려져 있었지요.

델몬트는 1960년부터는 필리핀 민다나오섬에서 수출용 바나나 농장을 시작하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필리핀은 아시아의 바나나 공장이 됩니다. 현재 아시아 국가에 팔리는 수출용 바나나의 98%가 필리핀산이며 이 중 3분의 2가 한국, 일본, 중국에 팔리고 있습니다.

필리핀 민다나오섬

바나나 유통

바나나는 어떻게 농장에서 우리 식탁까지 오게 되는 것일까요? 1960년대 이전에는 바나나 메이저 회사들이 농장을 직접 보유하고 직접 소유한 배로 바나나를 운송했습니다. 그러나 바나나 메이저들의 악행으로 인해 현지에서 노동 문제가 커지자 일부만 직접 생산하고 많은 부분은 현지인이 주인인 농장에서 직접 키운 바나나를 사고 있습니다. 익지 않은 녹색의 바나나는 13도(섭씨) 정도로 유지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 배에 실어서 우리나라에 도착하게 됩니다. 도착한 바나나는 농약 세척을 마친 후 일종의 공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후숙시설에서 숙성을 마치고 나서야 유통망에 공급됩니다. 중간유통업자들을 통해 각종 마트와 슈퍼의 매대에 깔리게 되는 것입니다.

 

멸종위기의 캐번디시 바나나

그로미셸이 자본주의 속성에 버려지면서 파나마병때문에 사라진 것처럼 알려졌지만 이번에 캐번디시는 진짜로 멸종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캐번디시가 사라지면 다른 종을 먹으면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레드 바나나나 플랜틴 바나나등은 캐번디시처럼 생산성이 좋지 않아서 자본주의 시장에게 선택이 될 수 있을지가 걱정입니다.

 

 최근에 영국의 큐 왕립식물원 소속 학자들이 아프리카 동부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병충해와 열대병에 강한 바나나 나무를 찾아냈는데 이 바나나가 바로 마다가스카르 바나나인데요. 발견당시에는 씨가 있어서 먹기가 불편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캐번디시와 교배를 잘 해서 병에 강한 종자이면서 맛도 있는 바나나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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